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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7-08-14 19:23
 조회 : 5,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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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녀 지켜낸 할아버지의 초인적 사랑
[헤럴드생생뉴스 2007.08.14 10:27:22]
할아버지의 힘은 역시 대단했다. 40여분의 시간 동안 70대 할아버지는 난간에 대롱대롱 매달려 팔 하나의 힘으로 버텨야만 했다. 아파트 7층 높이인 20m의 상공. 밑으로 떨어지면 죽음이었다. 다른 한 손에는 8살배기 손녀가 두려움에 떨며 꼭 붙어 있었다. 자신의 생명뿐 아니라 어린 손녀의 생명을 지켜내야 할 오른팔은 시간이 갈수록 떨리고 있었다.
13일 오후 3시 30분께 부산 영도구 동삼동 월드카니발 내 놀이기구 ‘자이언트 휠’을 타고 있던 일가족 7명 중 5명이 20m의 높이에서 갑작스럽게 멈춰 선 곤돌라의 문 밖으로 떨어져 목숨을 잃었다.
이들은 서울에서 휴가차 부산의 친척을 방문한 일가족이었다. 아내인 김시영(68)씨를 포함해 큰 아들 부부 그리고 손녀 2명이 함께 놀이공원에 와 놀이기구를 타다 겪은 참변이었다. 놀이기구의 난간을 붙잡고 끝까지 버텨 8살 손녀 지민양의 목숨까지 살려 낸 전성운(70)씨만 살아남았다.
손녀를 살려야겠다는 전 씨의 힘은 상상하기 힘든 초인적인 힘이었다. 무게 중심이 무너져 갑작스럽게 옆으로 뒤흔들리는 곤돌라. 한 쪽 유리창이 산산이 부서지고 안전 장치가 되어 있지 않던 문이 열렸다. 안전 밸트도 없이 평화롭게 전망을 즐기던 일가족들이 한순간에 밖으로 튕겨나갔다.
이 순간 전 씨는 옆에 있던 손녀를 꼭 붙잡고 튕겨져 나가는 자신의 몸을 지탱하기 위해 난간에 손을 내밀었다. 몸을 간신히 다른 쪽 유리창에 기댈 수 있었지만 그마저 언제 깨질 지 모르는 위험한 상황. 밑에서는 관람객들이 두손을 꼭 쥐고 “어쩌면 좋아”, “저걸 어째”, “도저히 눈뜨고 볼수가 없다”며 비명을 질렀다.
전 씨는 오로지 난간을 붙잡고 있던 한 팔의 힘을 두 목숨을 기대고 있어야 했다. 119 구조대가 도착해 안전매트를 깔고 곤돌라까지 올라와 구조용 로프를 이용해 무사히 땅으로 내려갈 때까지 걸린 시간이 40분이었다.
사고 발생 직후 현장에 출동을 했던 부산 항만 119구조대 관계자는 “사고 현장에 도착했을 때 전 씨가 120도 정도 기울어진 곤돌라 천정 바닥에 간신히 기댄 채 한 손으로는 손녀를 꼭 붙잡고 또 한 손으로는 난간, 의자 쪽을 잡고 버티고 있었다”며 “경사가 있어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위태로운 상황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체육과학연구원 윤성원 연구원은 “70대 노인이 8살 손녀를 붙잡고 40분 넘게 버티고 있었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다만 기대고 있었던 다른 쪽 유리창 덕에 가능했던 것 같은데 그렇다 하더라고 적어도 30kg은 족히 나갈 손녀와 함께 그 시간을 견뎌냈다는 건 대단한 일”이라며 “아마 손녀를 살리겠다는 정신력. 그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남상욱 기자(kaka@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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