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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7-08-21 18:21
 조회 : 5,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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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하늘에서 지켜보고 계시죠? 걱정 마세요. 아빠의 귀염둥이 연아가 할머니 잘 돌봐드릴게요."
아홉 살 소녀 연아(가명)는 아빠의 영정 사진을 붙들고 눈물을 쏟아냈다. 아이는 사진에 매달린 검은색 리본의 의미를 알고 있었다.
연아 아빠 이병후(가명)씨는 지난 6월 4일 눈을 감았다. 뇌졸증으로 인한 장애와 간경화로 투병중에 사망했다. 향년 40세. 그는 칠순 노모에게 "엄마, 미안해요"라는 말을 남기고 어린 딸과 영영 이별을 고했다.
이씨는 10년 전 뇌졸증으로 쓰러졌다. 집에서 지내는 날이 많았다. 한쪽 다리와 팔이 둔해져 힘든 일을 할 수 없었다. 트럭에 잡화를 싣고 물건을 팔아 근근이 생활비를 벌었다.
그러다 한 여자를 만나 사랑했다.
여자는 임신을 했다. "애를 낳고 결혼식을 올리겠다"고 말했다. 1999년 9월 예쁜 여자 아이가 태어났다. `연아`였다.
작은 슈퍼마켓을 마련한 부부는 주야 교대로 가게를 운영했다. 엄마가 일하는 낮에 연아는 할머니에게 맡겨졌다. 어느 날 저녁, 아빠는 가게 문을 들어서려다 주춤했다. 문이 잠겨 있었다. 그날 엄마는 돌아오지 않았다. 연아가 100일도 안됐을 때였다.
이씨는 아이를 등에 업고 친정으로 향했다. 아내의 행방을 아는 이는 없었다. 백방으로 찾아다녔다. 소용없었다. 하루 이틀 날이 지날수록 방엔 술병이 쌓였다. 아빠는 "연아 데리고 죽으면 그만"이라며 꺼들댔다. 한해 두해 몸은 망가져 갔고, 급기야 회복할 수 없는 지경에 다다랐다.
"엄마 안보고 싶어요. 우리가족 다 버리고 갔는데…."
병든 아빠가 아비 노릇을 못해도 아이는 아빠를 "제일로 사랑했다". 여전히 "우리 아빠 최고"라는 연아는 아빠의 이부자리 옆에서 학교에서 일어난 일을 속삭이곤 했다. 아빠 등을 긁어주고, 다리를 주물러주었다. 심부름을 열 번 시켜도 `군소리` 없이 다녀왔다.
아빠 가슴에 묻고… 병든 할머니 달래
"예쁘죠. 우리 연아가 제일 예쁘고 최고예요. 뭘 사가지고 와도 할머니 입에다 먼저 넣어주고."
안숙자(70, 가명)할머니는 `아들 먼저 보낸 죄인`이라며 소매 깃을 적신다. 아들의 근심 걱정을 떠안고 산 할머니는 얼마 전 아들처럼 뇌졸증으로 쓰러졌다. 오른쪽 편마비로 인해 말을 할 때마다 얼굴을 찡그릴 수밖에 없다.
"아들이 저쪽에 그냥 있는 것 같다"는 할머니는 소리 내 울고 싶어도 참아야 한다. 크게 울면 연아가 더 슬퍼하기 때문이란다.
"연아 아범이 아파서 죽고, 이제 내가 따라 아프니 속상해요. 우리 연아 참 밝은 아인데 요즘 낯빛이 어두워졌어요. 내 욕심 같아선 중, 고등학교까지만 키워놔도 걱정을 덜겠는데."
연아는 일요일마다 삼촌(38)을 졸라 납골당으로 향하곤 한다. 아빠의 뼈가 담긴 네모난 상자에 쪽지를 써서 안부를 전한다. 꽃 그림도 그리고 금 빛깔 색종이로 보석을 만들어 달아 놓기도 한다.
아이는 늘 "아빠…가 제일로 보고 싶다"고 말을 흐리고 돌아선다.
"아빠랑 같이 놀이동산에서 회전목마 타고 놀 던 기억이 나요. 다음엔 바이킹 타러 가자고 했어요."
일주일에 2번 연아 네 집으로 복지관 자원봉사자가 찾아와 청소를 해준다. 큰 빨래며 힘든 일을 거들지만 병색 짙은 할머니가 손녀를 챙기며 집안 살림을
꾸리는 게 쉽지 않다.
더욱 할머니와 연아는 비가 오면 잠을 청할 수 없다. 비가 벽을 타고 방안으로 흘러들어 방바닥이 흥건해진다. 그럴 때마다 대야 한 가득 물걸레를 짜고 또 짜내야 한다. 곰팡이가 가득 피어난 벽이 어린 연아를 더욱 서럽게 만든다.
"어느 날 저 어린 것이 아빠 사진을 붙들고 목 놓아 울대요. 그 후로 한 번도 우는 걸 못 봤어요. 자기 울면 할머니도 운다고.
이제, 나보고 울지 말라고 하네요."
※ 연아 가족(강원도 속초)에게 도움을 주시길 원하시는 분은 href="http://kr.rd.yahoo.com/search/searchify/news/livewords/*http://kr.search.yahoo.com/search?fr=kr-popup_lev_news&p=%BF%F9%B5%E5%BA%F1%C0%FC" target=_blank>월드비전(☎ 02-784-2004)로 연락하시면 됩니다.
[파이뉴스 백민호 기자] mino100@p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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