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보령시 남포면에서 발생한 일가족 3명 살인사건과 여중생 납치사건 용의자로 검거된 이모(32)씨는
"자신을 무시한 것에 대한 응분의 복수를 한 것"이라고 당당히 밝히며 경찰에서 살인·납치 등 모든 부분의 혐의를 시인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충남 보령경찰서는 22일 김모(15)양 납치 범행동기에 대해 우발적인 것으로, 일가족 3명을 살해한 동기에 대해서는 평소 자신을 무시하고 비난한 것에 불만을 품고 저지른 것으로 발표했다.

경찰은 이날 이씨에 대해 살인 등 혐의를 적용,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오는 25-26일 현장검증을 실시할 예정이다.

▲"무시당해서 죽였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 20일 오후 2~3시경 보령시 남포면 제석리 자신의 집 인근에 있는 김모(54)씨 집에 들어가 "왜 나를 무시하냐"며 항의하다가 잠시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이씨는 분을 삭히지 못하고 오후 7시경 김씨 집을 다시 찾아가 항의했고, 김씨가 집 밖으로 끌어내려 하는 것에 격분, 부엌에 있던 흉기로 무참히 살해한 뒤 왕겨로 사체를 은닉했다.

이씨는 또 때마침 귀가하던 김씨의 어머니(84)를 같은 방법으로 죽이고 헛간으로 옮겼다.

이씨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김씨의 집 입구 계단에서 김씨의 부인 이모(51)씨를 기다리고 있다가 잔인하게 살해했다.

경찰조사 결과 이씨의 범행은 김씨의 첫 번째 살인을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이뤄졌으며, 50여 분 정도가 소요됐다.

경찰에서 이씨는 "김씨네 집 사람들이 나에 대해 헛소문을 퍼뜨리고
무시해서 죽였다"며 "납치했던 김양에게도 '누군가를 죽이는 시점이 너가 사는 시점이다'고 말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씨가 2003년 아버지를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친 이후 마을 주민들에게 냉대와 비난을 받아와 이로 인해 축적된 불만이 폭발해 범행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고 있으나 '왜 김씨 집안을 살인 표적으로 삼았나'에 대해서는 명쾌한 해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유일하게 나를 이해하고 따라줬다" 경찰은 이씨가 지난달 30일 충남 보령시 읍내리에서 김양을 납치한 동기에 대해서는 김양을 직장인으로 오인, 흑심을 품고 우발적으로 저질렀다고 설명했다.

경찰조사에서 이씨는 산책을 하기위해 읍내리를 자전거를 이용해 가던 중 김양을 발견하고 뒤에서 끌어 안아 목을 조르며 "소리치면 죽이겠다"고 협박, 이씨가 타고간 자전거 앞에 김양을 태우고 7km 떨어진 제석리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살인 직후 김양을 풀어준 이유에 대해 "모두 자신을 무시했지만 김양 만큼은 나를 이해해주고 잘 따라줬다"는 이씨의 진술에 따라 어린 김양에게는 이씨가 가지고 있었던 울분이 미치지 않았던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이러한 사건은 예측하기 쉽지 않은 특이한 일이다"며 "그래서 다른 살인사건과 납치사건에 비해 해결하는 데 많은 힘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부모와 서로 적대시하면서 고립된 자아를 발견하게 된 이씨가 외로움과 이웃들의
비난을 견디기 힘들어 반발감이 적대감으로 변질돼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 같다"며 "납치 동기와 경위, 살인 시점과 피해자 선정 등에 대해서는 현장검증과 추가 심문을 통해 조사하겠다"고 덧붙였다.

충청투데이 김성윤 기자 ksy4111@cctoday.co.kr/노컷뉴스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