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인적자원부가 대입전형에서 학생부(내신) 실질반영률을 50%까지 확대하는 원칙을 고수하면서 기말고사 기간을 맞은 일선 고등학교 교실이 심각한 혼란을 겪고 있다.

특히 고3 수험생들은 내신 반영률에 대한 각 대학의 입장이 정리되지 않아 공부에 집중력이 떨어지고 있으며, 학생들 간 내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교실 분위기 마저 살벌해지고 있다.

27일부터 기말고사가 시작되는 A고 3학년 학생은 "내신 비중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되자 친한 친구들과 서로 노트도 빌려주지 않을 정도로 '점수 싸움'을 벌이고 있다"며 "한 문제 차이로 내신 등급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시험을 앞두고 긴장의 연속"이라고 말했다.

내신성적이 좋은 학생들도 이번 기말고사 기간 속을 태우고 있다. 학교 공부를 충실히 해 좋은 등급을 받았지만 주요 사립대가 내신 실질반영률을 높이더라도 등급 간 점수 차이를 줄이면 상대적으로 불리해지기 때문이다.

부산진학지도협의회 박만제 회장은 "내신 비중을 높인다는 교육부의 말을 믿고 1학년 때부터 성적 관리를 해온 학생들은 허탈해 하고 있다"며 "학생들에게 수시나 정시 모두
내신이 중요한 만큼 기말고사 준비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고교는 일단 각 대학이 내신 비중을 높일 것으로 예상하고, 기말고사 기간을 늘려 학생들의 학습 시간을 확보해주고 있다. 예문여고는 지금까지 사흘간 시험을 쳤으나 이번
기말고사부터는 나흘로 하루를 늘렸다. 하루에 치는 과목 수가 많아 좋은 성적을 내기 어렵다는 학생들의 요청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예문여고 김형길 교사는 "중간고사 때까지는 사흘간 시험을 쳤지만 내신 반영률 논란이 이어지면서 기말고사 기간을 늘려달라는 학생들이 많았다"며 "과목별로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져 내신성적 관리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말고사 시험 수준도 상당히 높아질 전망이다. 대학들이 내신 성적을 믿을 수 없다고 하기 때문에 고교들이 시험 난이도를 높이고 있다. 김 교사는 "원점수에서 평균을 뺀 뒤 표준편차로 나눈 표준점수를 채택하는 대학들이 많아 학교들마다 평균을 낮추려는 경향도 있을 것"이라며 "그만큼 과목별로 난이도가 높아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내신이 상대적으로 좋지 않은 특목고 학생들은 기말고사에 중점을 두기보다는 수능시험이나 가산점을 받을 수 있는 과목 공부에 '올인'하고 있다. 부산지역 한 특목고는 3학년 학생들 중 전교 1등이 평균 2.4등급에 해당되는 등 2~3등급 학생이 10명 안팎에 불과할 정도로 내신 등급에서 불리한 실정이다.

이 학교 교사는 "내신 실질반영률 강화가 특목고 학생들에게는 불리한 것이 사실이다"며 "동요하지 말고 각 대학들이 수능 우수자 전형을 마련하고 있는 만큼 이를 집중 준비하라고 조언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제신문 이은정 기자 ejlee@kookje.co.kr / 노컷뉴스 제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