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세상에서 가장 좋은 것은 밥, 다음으로 좋은 것은 밥하는 엄마”

가족간의 사랑이 점점 멀어지고 있는 가운데 40년 동안 장애인 아들을 한결같이 보살핀 80대 노인이 맞는 어버이날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어버이날을 하루 앞둔 7일 오후 수원시 장안구 정자1동의 한 다가구 주택. 성창국 할머니(81)는 아들 권오정씨(43)의 점심 준비로 분주하다. 아들 권씨는 ‘엄마’의 밥상 차리는 모습을 보며 생글생글(?) 웃으며 즐거워한다. 하루에 세번. 권씨가 가장 좋아하는 ‘밥’ 먹을 시간이다.


충남 부여의 한 농촌마을에서 태어나 농사만 짓고 살아온 성 할머니에게 시련이 닥친 것은 막내아들 권씨가 5∼6세 되던 즈음이다.
또래의 아이들과 다르게 이상한 행동을 하던 권씨가 정신지체1급 진단을 받은 것.

이후 성 할머니는 혼자서는 밥도 못먹고 씻지도 못하는 아들의 손발이 돼 40년을 하루처럼 살아왔다. 그나마 어렵게 농사를 지어 나머지 형제들을 출가시켰지만 남편이 지병으로 쓰러지면서 지난 91년 고향을 등졌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들과 거동이 불편한 남편을 집에 둔 채 공장 잡초를 뽑고 동사무소 target=new>공공근로를 해가며 생활을 꾸린 지 10년만에 남편마저 세상을 떠났다.

5년째 아들과 단 둘이 살고 있는 성 할머니는 가진 것은 없지만 아들이 곁에 있어 오히려 행복하다고 말한다. 지난 2002년 가을 아들이 사라져 한나절만에 시장에서 찾은 것을 생각하면 성 할머니는 아직도 놀란 가슴을 쓸어내린다. 이후 할머니는 마을 행사나 집 앞 공원에 나갈 때도 아들과 항상 함께 다니면서 두 모자의 정겨운 모습은 동네에서 유명해졌다.

하지만 다 큰 아들의 수발을 드는 일은 80대 노인에겐 벅찰 수 밖에 없다.

그래서인지 요즘 들어 부쩍 앞으로의 일이 걱정스럽다. 자신이 떠난 뒤 아들이 겪어야 할 삶을 예견할 수 없어 잠을 설치곤 한다.

어버이날을 하루 앞둔 이날 많은 사람들이 자식들에게 받을 카네이션과 선물을 기대할 시간,
40이 넘은 장애 아들의 손을 잡고 파지를 줍기 위해 길을 나서는 성 할머니의 뒷모습에서 자식사랑에 한평생을 바친 어머니의 고단함이 그대로 묻어났다.

성 할머니는 “내가 죽으면 저 녀석을 누가 돌볼 지 걱정”이라며 “아들을 볼 때마다 건강하게 오래 살려고 억지로라도 밥을 먹는다”며 발길을 재촉했다.국민일보 쿠키뉴스 제휴사/경기일보 임성준기자 sjlim@kgib.co.kr